2014년 1월 2일 목요일

[수필]몰래 넣은 라면수프


망한 음식도 라면수프만 들어가면 맛있어진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주변인들에게 물어보자. 아마 극소수이거나 없을것이다.
 라면의 맛을 결정하는 라면수프는 곧 대중적인 맛과 
무엇에도 통하는 만능코드로써 이해될 수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콤하고 얼큰한 맛의 오묘한 코드를 
쪽집게처럼 잡아낸 발명품이라는 말이다.



 모두가 맛있어하는 라면의 맛. 
하지만 그 대중성을 부정해보면 이것은 
절대로 개인적 취향이 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혼자만의 취향이 아니라 
대중과 단체의 성향을 띄기 때문이다.
결국 라면수프의 맛은 획일화와 단순화의 결정체이며 
너무도 대중적이라는 성향 때문에 누구의 개성,
그러니까 누구의 입맛도 될 수 없다. 
맛의 희소성이 결여되어있기 떄문이다.

 다시 정리해보자면,
라면수프(라면)의 맛=누구의 입맛도 될 수 없다.
 라는 중간적 결론이 나온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망한 음식에 넣는 라면수프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처음의 망한 음식은 그 맛이 좋거나 나쁘거나
그 음식 자체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라면수프가 들어감으로써 개성은 지워지고 
누구의 입맛도 아닌, 하지만 잘 팔리는 음식이 탄생된다.
 그러나 만약 음식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나 결정에 누군가 라면수프를 '몰래' 뿌렸다면?
그것은 누구의 결심도 아니며 누구의 결과물도 아니고 
즉 그 누구의 결정도 될 수 없다.
나중에 가서 그 사실을 알아채더라도 
누가 내 생각에 라면수프를 뿌렸느냐고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 된다.
원래부터 음식솜씨가 좋았던 사람의 생각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도리어 그 몰래 넣은 라면수프때문에
음식의 맛은 좋아졌고 배부름에 의해 안도감과 행복감이 오고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이미 완성해버린걸 어쩌겠느냐. 
그냥 먹어야지. 버리긴 아까우니까.
우리들은 순간의 배고픔때문에 음식을 섭취하고 
우리들의 솜씨로 다시 요리하기를 포기해버린다. 
다음 끼니 때 만드는 요리는 잘 되길 빌면서, 
누군가 몰래 라면수프를 넣지 않기를 빌며.






-이제 막 수저를 들어 니맛도 내맛도 아닌 이 음식을 먹으며.
부족한 필력과 
글이 조금 산으로 간 것 같지만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있으실거라 믿습니다.-

댓글 3개:

  1. '우리의 생각이나 결정에 누군가 라면수프를 '몰래' 뿌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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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래요,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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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맛을 강요하는 사회는 참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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