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9일 일요일

행동하지 않는 양심


'무섭도록 조용하게 침묵하는 양심이였다' 

그렇다 나를 포함해 수많은 양심들이 부정 속에 침묵하고 있다 
우리는 이 부류를 흔히 행동하지 않는 양심들이라 부른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 
지금의 시대를 있게한 행동주의 윤리에선 절대 달가울수 없는 이 침묵들은 과연 배척해야할 대상인가 


아니다 실제로도 행동하지 않는 양심들에게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가슴에 품은 양심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장 차가운 비난을 보내는건 아마 타인이 아닌 본인들 스스로 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말하고 싶다 그러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절망 하지 말라고
이 사회에선 '옳은일'을 행하거나 행하려 할땐 마치 민주투사에 준하는 도덕적 심사를 받게 된다
"너는 옳은 행위 한다고 유세를 떨지만 왜 이런 부분은 도덕적이거나 이념적이지 않느냐" 양심적 이념적 행동을 했거나 시도했다면 분명 주변에서 이런 종류의 심사를 받아본적이 있을것이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본인 스스로가 가장 엄격한 도덕적 심사를 내리고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했을것이다
나는 묻는다 왜 양심을 실천하기 위해선 희생정신 투철한 민주투사가 되어야 하는가

반대로 생각해 보면 속된말로 왠만한 꼰대라 할지라도 분명 양심이 있고 나름 양심적인 행동도 할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너는 왜 꼰대가 양심을 행하는냐 라고 비난하는 일은 없지 안은가

물론 이 사회의 역사적 배경을 생각해 본다면 양심적 행동에 대해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을 시작으로 80년 민주화 운동 그리고 바로 지금까지도 이 땅에서 양심을 행한 분들은 모두 처절하게 희생하며 양심을 행했기에 양심 = 희생 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게 어쩌면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희생으로 양심을 행하시는 분들을 언제나 존경하고 응원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양심을 행하기 위해 희생을 해야 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들 주변에서도 행동하지 않는 자신에게 실망하여 끝내 양심마저 져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을것이다 
집회참석이나 보이콧 또는 채식이나 기타 본인의 양심적 행동중 중도하차를 하는 경우 대부분이 양심이 변한것이 아닌 실천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포기하는 경우였다
하지만 우습게도 실천이 어려워 행동을 그만두었음에도 양심이나 이념에서 역시 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것이 양심을 행하는것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잣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양심은 있지만 행동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모순 그리고 스스로에게 내리는 도덕성에 대한 심판 그것들을 견디느니 차라리 양심을 포기하고 양심과 등돌리고 살아가는 편이 훨씬 편안 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 된다
때문에 나는 행동이란 것에 있어 좀 더 느슨하고 유연하게 접근해야 하는것이 아닌가 싶다
행동이란 것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기준은 행동에 대한 높다란 진입장벽을 느끼게 하며 중도하차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을 준다 때문에 어짜피 끝가지 가지 못하는거면 애초에 시작을 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들 하는것이 사실이다

나를 예로 들자면 난 글로벌 대기업들과 한국의 대표적 악덕기업 삼성의 부정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내 컴퓨터 하드는 삼성의 것이며 내가 제일 즐겨먹는 햄버거는 맥도날드다 심지어 빅맥을 먹을땐 꼭 코카콜라를 먹는다
이런 모순이 어딨는가 과연 내게 삼성과 맥도날드 그리고 코카콜라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심지어 나는 마음속으로 삼성 보이콧을 하고 있다고 까지 생각하고 있다

만약 내가 내 자신에게 엄격한 도덕적 심판을 내렸다면 난 진작에 나가 떨어져 "에이 시발 어짜피 나랑 상관없어" 라고 현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삼성을 싫어하고 맥도날드를 싫어하고 코카콜라를 싫어한다
가뭄에 콩나듯이지만 집회에도 가끔 참석하며 친구들끼리나 인터넷 상에서도 꾸준하게 악덕기업을 씹는다
내 양심과 행동에서의 모순을 인정하고 나 자신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기에 나는 오늘도 내 양심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는것 같다

끝을 내자면 물론 투철한 민주투사들이 가장 멋있는건 두번 말할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평범한 양심이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양심과 현실의 거리는 분명 존재하고 우리는 굳이 양심이냐 현실이냐를 고민할 필요없이 현실과 양심을 그저 평범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넘나들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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