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정어리 - 1


x. black shirts club

 그제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지도 않은채로 샤워기를 틀었다. 아마 꼬박 하루는 그렇게 욕조 안에 쳐박혀 있었나 보다. 밥 생각이 없는데다 같이 먹을 찬거리도 하나 없어 먹지 않을까 하다가 흰 쌀밥에 물만 말아서 꾸역꾸역 먹었다. 없는 돈을 털어 술을 마실까 하다가 옷도 안 말리고 젖은 채로 공원에 누워있었다. 콧물이 났다. 사실 내가 억울해하거나 울어야할 이유같은 건 없었는 데도 무척이나 울고 싶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미안한 마음에 오늘 하루를 보내야할 것 같다.


/2009년 3월 10일

댓글 2개:

  1. 이유를 묻기가 거시기하네요. 타지에서 아프시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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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치면서 아픔을 느끼면서 아픔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나쁘지만은 않을거에요. 비록 익숙해질 수 없겠지만. 아, 이 글은 2009년 글이에요. 시간을 글과 함께 기록하되 앞뒤를 두지 않고 연재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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